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과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가 재난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지진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에 대한 방재 시스템과 국민의 대응 수준, 그리고 실제 대비 현황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진방재 체계의 현주소, 국민 대응력, 그리고 전체적인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지진방재 시스템, 어디까지 왔나
한국은 전통적으로 태풍과 홍수 같은 수해 위주로 재난 대응 체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을 계기로 ‘지진도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는 경각심이 생기며 방재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기상청을 중심으로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 주요 지역에 지진관측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 시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보를 발송하는 체계도 마련되어 있지만, 문제는 '속도와 범위'입니다. 조기경보가 실제로 국민에게 도달하기까지 수초의 지연이 발생하거나, 일부 지역에만 전달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또한 지역 간 경보 편차, 통신 오류 등 기술적인 한계도 존재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진방재 인프라 측면에서는 2018년 이후 신축 공공건물 및 학교에는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어 있으며, 일부 민간 건물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률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전체 건축물 중 내진 설계를 적용받은 건물은 20~25%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대형 지진 발생 시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한 리스크입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지방자치단체별 내진 보강 예산을 확대하고,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성능 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산 부족, 제도 적용 지연 등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 재난 대응력,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지진이나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은 시스템 못지않게 국민 개개인의 행동에 크게 좌우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방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도, 국민이 이를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민 재난 대응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2년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재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62%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진 발생 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큰 창문 옆에 머무르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지진 발생 시 기본적인 행동 요령은 '탁자 아래로 몸을 숨기고, 머리를 보호한 후, 진동이 멈추면 대피'가 기본이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거나 훈련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지진 대피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피 시나리오나 반복 훈련이 부족하여 실제 상황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비상 물품 준비 현황도 미비합니다. 일반 가정의 약 70% 이상이 지진 시 사용할 수 있는 구급약, 손전등, 비상식량 등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나 노년층 가구의 경우 대피와 생존에 필요한 준비가 매우 부족해 지진 발생 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재난 문자 서비스’, ‘안전 체험관’ 등을 운영하며 국민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의 일’이라는 인식과,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태 분석 : 개선된 점과 여전히 남은 과제
지진방재와 국민 대응력 향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 내진 설계 기준 강화, 국민 재난 교육 콘텐츠 제작 등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실제 현장에 제대로 정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격차입니다. 서울이나 대도시권은 비교적 빠르게 시스템이 정비되고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예산 및 인프라 부족으로 방재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노후 건물이나 문화재에 대한 내진 강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지진 발생 시 이들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난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나, 교육 참여율은 낮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안전 습관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이 재난을 ‘일상 속에서 준비해야 할 요소’로 인식하는 문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결국 재난 대비는 단순히 정부 정책이나 제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경각심, 지역 공동체의 협력, 민간 기업의 참여 등 사회 전반의 관심과 실천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방재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결론 : 지금이 재난 대비를 강화할 최적기
한국은 더 이상 지진에서 완전히 안전한 나라가 아닙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고밀도 도시화, 고층건물 증가 등으로 인해 재난 피해의 양상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방재 시스템의 정비와 국민 개개인의 대응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정부의 제도 개선과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닥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가정에서의 비상 물품 점검, 대피 요령 숙지, 건물의 안전 확인 등을 실천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준비가 내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길 바랍니다.